'시네마 아키텍트 (Cinema Architect)' 석민철 알엔알(RNR) 대표
시네마 메이커(Cinema Maker) 석민철 알앤알 대표
“새로운 영화 생태계를 만드는, 넷플릭스의 대항마를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전세계 OTT(Over-the-top media service) 열풍을 이끈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국내 토종 영화관 브랜드에서 노하우를 쌓아 작은 영화관(모노플렉스)을 만드는 석민철 알엔알 대표는 영화산업의 미래를 한 발짝 더 내다보며 시장 견인에 힘쓰는 중이다.
석 대표는 경남 사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영화와는 별로 인연이 없을 것 같던 그의 인생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후, 멀티플렉스를 축으로 영화산업이 급팽창하던 시기 CGV 공채 1기로 업계에 발을 들이면서 극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우연처럼 시작된 선택은 곧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서사가 됐고, 이후 그는 현장과 기획을 넘나들며 한국과 미국의 영화산업의 변화를 온몸으로 통과해왔다.영사기로 필름을 돌리며 영화를 상영했던 시절부터 디지털 시네마로의 전환, 멀티플렉스의 흥망성쇠, 그리고 OTT의 흥행을 두 눈으로 지켜 본 석 대표의 꿈은 '작은 영화관'으로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되는 것이다.
6명에서 최대 20명 남짓 들어갈만한 작은 영화관을 만드는 그에게 공룡기업 넷플릭스를 상대할 계획을 들어봤다. 작지만 품격 있는 공간에서 따끈따끈한 개봉작의 경험을 전달해 주는 그의 직업 이야기도 함께.
원래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셨나요.
“제 첫 직장이 CGV였어요. CJ제일제당이, 당시 8명의 직원으로 ‘멀티미디어 사업부’를 만들어 4명은 극장팀, 4명은 영화팀으로 출발해서 그 팀이 지금의 CJ ENM과 CGV가 된 것인데, 본격적으로 극장사업을 시작하려고 CGV가 설립된 후, 제가 첫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당시가 언제였나요.
“2003년 9월 말이었어요. 당시 세 번 공고를 거쳐 채용을 했는데, 누적 경쟁률이 4,200대 1로 굉장히 치열했어요. 제가 군인 신분이었거든요. 더군다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JSA에서 유엔군 사령부 소속으로 근무하면서 공채에 지원했다보니 면접날을 맞추는 게 쉽진 않았죠.”
멀티미디어 사업부에서는 뭘 경험했나요.
“디지털 시네마 전환기를 직접 경험한 셈이죠.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산업의 거대한 변화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했고,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셜스튜디오 등 거대 스튜디오들과 협업하면서 산업 전체의 구조를 직접 보고 경험했어요.”
영화 산업을 경험하고 영화관을 만드는 일로 전환이 된 거군요.
“2010년 가을 CJ를 퇴사하고 2014년 1인 창업한 곳이 지금의 '알엔알’이었어요. 당시엔 세 가지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어요. 첫 번째는 멀티플렉스에 영상·음향 하드웨어 공급 사업, 두 번째는 소프트웨어 배급 솔루션을 결합해 기존의 ‘시설 중심’ 산업을 ‘콘텐츠 중심’ 산업으로 바꾸는 모노플렉스 모델을 확장하는 겁니다. 지금 주력 중인 작은 영화관 프로젝트죠. 세 번째는 글로벌 모노플렉스 배급망을 기반으로 영화 개봉부터 IP 매니지먼트, IP 조각거래까지 가능한 영화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는 거예요.(웃음)”
작은 영화관을 만드는 데 어떤 기준이 있나요.
“일반적인 영화관을 만드는 데에도 공간에 관한 몇 가지 기준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층고는 8m 이상, 넓이는 100평 이상, 상영관수는 최소 4개관 이상, 영사장비 설치공간이 있어야 하고, 별도 배기 공사도 들어가야 합니다. 최소 투자비용이 1개관 당 7억 이상이 들어가니 30억 원 정도는 들죠. 반면 저희가 진행 중인 모노플렉스(작은 영화관)는 층고 2.6m이상, 넓이는 20평 이상으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놨어요. 만약 이 기준보다 크기가 작은데 영화관을 만들고 싶다 해도 가능합니다.(웃음)”
"멀티플렉스 한 관을 만드는 것 비해 수배 저렴한 비용 들어···어느 공간이든 답사부터 공사 마무리까지 한 달 여 걸려"
비용은 어느 정도 드나요.
“비용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공간만 있다면 생각보다 적은 비용을 들여 영화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공사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우선 공간 현장 답사를 한 뒤에 ‘콘셉트 기획 및 설계’가 2주 정도 소요됩니다. 이후 영사장비 등 장비 설치 및 인테리어 공사 기간이 2~4주 정도, 인허가와 매뉴얼 교육 등이 7일에서 10일 정도 걸립니다. 계산해 보면 한 달 내 영화관이 하나 생기는 셈이죠.”
(위)방배 원페를라 페를라 시네마 (아래)모노플렉스 바이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강남 (알앤알 제공)
공간만 만든다고 영화관으로 운영할 순 없을 것 같은데, 운영하기 위한 조건 같은 건 없나요.
“이 부분도 기존 영화관과 비교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상영가능일수가 상설영화관은 365일 상영 가능해야 하지만 비상설영화관은 120일 상영 가능합니다. 또 상설영화관 인허가 사항은 ▲지자체, 지구단위 계획 확인 ▲부동산 용도 확인(2종 근생 또는 문화 및 집회시설) ▲바닥 면적 60m² ▲소방완비증명서/전기안전필증이 요구되는 반면에 비상설영화관은 인허가 기준이 딱히 없습니다. 사업자등록증에 ‘영화 운영업’을 추가하고, 지자체에 ‘영화상영업’을 신고하면 됩니다.”
알앤알에서 만드는 영화관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최대 관람객 수를 정해놓을 것 같아요.
“작은 공간을 영화관으로 바꾸는 것이다 보니 많진 않아요. 작은 곳은 8석, 조금 여유가 있는 곳은 16석인데, 더 작게도, 더 크게도 공간에 맞게 레이아웃을 짤 수 있는 맞춤형이라 생각하시면 돼요. 만약 아파트 내 영화관을 만든다면 소규모 가족단위, 또는 친구들과 함께 개봉작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죠.(웃음)”
"'송도 자이 더 스타·디에이치자이개포·인천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등 아파트&주상복합 등 구축 포트폴리오 늘리고 있어···'작은 영화관' 만드는 회사는 국내 유일"
그럼 주로 어디서 제작 요청이 많이 오나요.
“주로 아파트나 주상복합, 호텔&리조트 등에서 문의가 많이 옵니다. 실제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아파트 내 커뮤니티 공간 같은 빈 공간을 영화관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이 많아요. 국내 비즈니스를 공격적으로 하진 않지만 요청이 들어와 완공한 곳들이 있고, 올해도 계획된 곳들이 있어요.”
영화관을 짓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잘 알아야 할까요.
“영화관이라는 공간은 ‘종합 예술’입니다. 공간 디자인과 영화에 대해 잘 알아야 하죠. 건축과 디자인을 비롯해 음향, 영상 등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영화 콘텐츠에 대한 정보와 지식 등을 모두 잘 알고 있어야 이 ‘종합 예술’을 실행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알앤알처럼 작은 영화관 제작을 비즈니스로 하는 회사가 또 있나요.
“제가 알기론 저희가 유일합니다. 사실 정확히 말씀드리면 저희는 영화관을 만들어주는 것을 넘어 시네마 업계 에어비앤비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어요. 에어비앤비도 호텔을 짓지 않고 호텔업을 하고 있잖아요. 저희의 본질도 디지털 배급에 있어요. 저희의 서비스를 원하는 공간들에 영화관을 세팅해주고 개봉작을 배급해주는 시스템이죠. 거기에다 예매 시스템·영상음향장비·배급사와의 판권 계약 정산 등 전체를 대행하는 서비스입니다.”
영화관을 만드는 일을 하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배급을 하는 회사군요.
“그렇죠. 사실 모노플렉스도 과거 영사기 시절이었다면 가능하지 못했을 거예요. 요즘엔 개봉작도 디지털 파일로 전송하면 바로 상영이 되니 파일 유출만 잘 통제하면 되거든요. 그 보안 시스템도 저희가 보유하고 있어 전체적인 배급·상영을 원격으로 조정 가능합니다.”
원격이라면 실제 영화관에는 근무자가 없어도 가능하다는 건가요.
“그렇죠. 올해 2월에 개봉작을 계약하면 상영 시간대별로 안내하고 예매를 받아 영화를 상영하는 걸 모두 원격으로 운영하게 되는 거죠. 현장에서는 문을 닫고 여는, 그리고 청소관리만 해주면 됩니다.”
공간 활용은 물론, 품격을 높이는 모델로도 각광받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존 구축 아파트나 새로 짓는 아파트 모두 공간의 차별화를 고민하고 있어요. 그 안에서 입주민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만한 콘텐츠 중에 영화관만큼 가성비가 높은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목표는 국내 700여 곳의 아파트 재개발 조합에 모노플렉스가 입점하는 걸 계획하고 있어요.”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죠. 요즘 프리미엄 영화관은 적어도 5만원이 넘는데, 여기선 1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개봉작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처음엔 아파트 내 영화관이 있다고 해서 철 지난 영화를 틀어주는 줄 알았는데, 개봉작을 상영하니 다들 놀란 눈치였죠. 사실 이 서비스를 경험해 본 분들은 얼마나 좋은 서비스인지 다들 아실 거예요.(웃음)”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씨네라운지 바이 윤담재 (본인제공)
어떻게 보면 국내에서 가장 작은 영화관이라는 타이틀도 있겠군요.
“사실 그 타이틀은 저희 집에 있습니다.(웃음) 국내 등록 기준으로 가장 작은 영화관이 6석인데 제가 만들었죠. 저희 집이 단독주택인데 지하에 비상설 사용관으로 등록을 해놨어요. 제가 알기론 개인 시설에 개봉작을 틀 수 있는 곳이 회장님들 저택 외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웃음)”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했었나요. 아님 전공이 영화인가요.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어요. 문과생이죠.(웃음) 어릴 적 영화를 좋아하긴 했는데 업으로 까진 이어지리라 생각하진 못했어요. 모든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그렇듯이 전문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전 제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내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네요.
“제가 창업할 2014년 당시 알리바바가 미국시장에서 성장하면서 정말 어마어마했어요. 그때 마윈 회장이 아무리 꿈이 크더라도 쉽고 확실한 것부터 하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창업 초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제가 생각하는 비즈니스를 모두 다 할 순 없어요. 인력도, 자본도 없는 상태니까요. 가장 먼저 할 수 있었던 것이 장비 비즈니스였어요. 그리고 이후 모노플렉스로 넘어오면서 차근차근 영화 생태계를 바꿀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죠. 힘들더라도 그 꿈을 하나씩 실현시키는 재미로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웃음)”
작은 영화관(모노플렉스)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영원한 건 없다고 봐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영화관 매출이 70%가 하락하면서 영화관은 끝났다고들 얘기했어요. 그러면서 넷플릭스 주가는 엄청 올랐죠. 잘 나가던 넷플릭스도 성장이 정체되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죠. 그러니까 둘 다 영원한 승자가 없는 공존을 해야 하는데 저희 같은 새로운 모델이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 목표가 넷플릭스거든요.”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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